


11월 20일 홍대 앞은
‘나이 없는 날(no age day)’
- 60세 이상 노인들, 나이 잊고 펑크룩, 힙합룩에
헤드뱅잉, 댄스파티 등 젊음 만끽
- 서교동 지역주민과 홍대문화 장벽 허무는 ‘잔다리 컬쳐 브릿지’ 일환
- 사운드데이, 클럽데이 이어 새로운 홍대문화코드로
실험적이고 발칙한 상상이 꿈틀대는 홍대앞은 새로움과 열정, 젊음의 문화거리다. 특히 입장권 하나로 여러 군데에서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데이, 사운드데이 등은 홍대가 낳은 명물이다. 여기에 ‘나이 없는 날(no age day)’이라는 생소한 기념일이 하나 더 추가된다.
오는 20일, 60세 이상의 서교동 지역 어르신 200여명이 펑크룩, 힙합룩, 스쿨룩, 프린세스룩 등으로 한껏 차려입고 홍대에 나와 인디밴드의 연주에 헤드뱅잉을 하고 클럽에서 댄스파티를 즐긴다.
그동안 나이 지긋한 지역주민들에게 홍대앞 문화공간은 위치상으로는 옆집, 뒷집이지만 쉽사리 드나들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일 나이 없는 날에는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아서 혹은 너무 비쌀 것 같아서 이용할 수 없었던 카페, 클럽, 노래방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커피와 펑크밴드의 공연, DJ의 음악과 무도공간이 모두 공짜다. 여기에 할머니, 할아버지란 묵은 호칭 대신 형, 오빠, 누나, 언니라는 젊은 호칭으로 불릴 수 있는 것도 이날만의 특권이다.
이날 행사는 어르신들의 변신타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오전 11시, 홍대앞 걷고싶은 거리 한 음식점에서 어르신들은 하루 동안 홍대 앞을 누빌 펑크룩, 힙합룩, 댄스룩, 프린세스룩 등의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꼭 ‘홍대스타일’이 아니어도 평소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입지 못했던 무대복이라면 대환영이다.
젊은 오빠 언니로 변신한 어르신들을 위해 커피프린스 1호점, 지베, 우주공간을 표방한 아트카페 ‘O.i' 등 지역의 이색문화공간들이 개방된다. 이어 홍대 앞의 명소로 알려져 전국으로 퍼져간 럭셔리수 노래방으로 옮겨 노래 열전을 벌이고 나면 인디밴드들의 공연산실인 라이브 클럽 ’타‘에서 클럭스, 킥스카치, 텔레파시 등 인디밴드 공연을 관람한다.
이 날의 대미는 나이 잊은 댄스파티로 장식된다. 파티는 “오백만원을 주어도 바꾸지 않는 천년의 빗소리”란 뜻을 가지고 있는 곳 ‘오백’에서 펼쳐진다. 이곳은 홍대앞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이라도 찾기 힘든 아주 비밀스러운 공간이라고. 여기에 대한민국을 통틀어 내노라하는 하우스 DJ인 DJ재인과 DJ BeeJay가 함께 한다.
이번 행사는 서교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최등모)와 서교동 주민센터(동장 김석원), 지역기반 문화기획사(상상공장, 대표 류재현)가 함께 홍대문화와 지역주민과의 문화소통을 위해 마련했다.
프로젝트명은 ‘잔다리 컬처 브릿지’. 서교동의 옛 이름인 ‘잔다리’에 홍대앞 문화와 지역주민 사이에 문화의 가교를 놓자는 의미다. 홍대앞 젊은이들만 알고 있던 곳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가 보고, 그들만의 취향이라 여겼던 펑크, 클럽, 힙합문화 등을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세대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자는 것이 ‘잔다리 컬처 브릿지’의 취지이자 목적이다.
서교동 관계자는 “‘나이 없는 날‘행사는 서교동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띠고 있긴 하지만 인간 본연의 기본권을 되찾고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고자하는 범지역적인 문화캠페인”이라며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홍대 문화를 즐기고 애착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