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 중수부에 불려나오면서 검찰의 기소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600만 달러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터여서 그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거쳐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게 됐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중 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은 노 전 대통령 사건이 접수되면 이를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또는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에 배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22부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에 연루된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와 정화삼 씨 형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건을 맡고 있다.
또 23부는 휴켐스 헐값 매각 및 탈세 의혹과 관련한 박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회장 사건을 비롯해 `박연차 게이트'의 1라운드 수사로 구속기소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 송은복 전 김해시장,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등의 사건 재판을 줄줄이 진행하고 있다.
만약 노 전 대통령 사건이 22부에 배당된다면 노 전 대통령과 건평 씨가 시차를 두고 같은 재판부의 심판을 받게 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해지게 된다.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은 박연차 회장이 건넨 600만 달러의 주인이 누구인지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려 형성한 비자금의 성격을 놓고 본격적인 다툼을 벌이게 된다.
노 전 대통령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박 회장이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건넨 100만 달러와 작년 2월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호의적 투자금' 500만 달러의 존재를 모두 퇴임 후에 알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12억5천만원의 존재도 검찰 수사로 비로소 알게 됐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예상대로 주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포괄적 뇌물' 혐의도 돈이 오갈 당시 이를 알고 있어야 성립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진실 여부를 떠나 무죄를 위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이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증거를 재판에서 제시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조사 때도 이 때문에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이나 권양숙 여사 재소환 검토 등의 패를 내보이기도 했으나 단순히 돈이 오간 사실을 알았다는 수준을 넘어 직ㆍ간접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점을 밝혀야 하는 것도 검찰의 몫이다.
노 전 대통령과 정면 배치되는 박 회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신빙성 있는 증거로 받아들여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상식선에서 부인과 아들의 돈거래를 몰랐겠느냐'는 논리 또한 엄격한 증거 재판주의라는 벽을 넘어서기에는 다소 힘이 부쳐 보이는 것도 사실.
아울러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을 위해 조성한 비자금이지만 대통령은 몰랐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관여를 적극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 국고 횡령의 책임을 노 전 대통령에게 함께 지울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따라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숨겨진 `팩트(사실)'를 법정에서 얼마나 더 내놓을 수 있을지가 노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전반적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