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 온 세상이 눈 천지다. 보기 힘든 귀한 눈이 아닌 골칫거리가 이미 되어버렸다. 사람으로 치면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 없다. 눈이 오길 바랄 때의 그 순수한 감정, 그 기대, 온갖 바람은 지금은 저버린지 꽤 오래다. 필요한 만큼의 운치가 아닌 폭설이기에 더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좋은 영양섭취도 너무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과유불급으로 인한 것임에 정도를 넘어선 쏟아부은 폭설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한마디로 기상이변이란 얘기이다.
이렇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하다. 출근이 늦어지고, 넘어져 다치고, 차가 멈추다보니, 물류대란 등 눈에 보이는 것이 이 정도니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 이상 어마어마하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책임회피에 전전긍긍이다. 원인 제공에 기상청이 등장하고, 관공서의 늑장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스게소리로 눈 잘 치우는 사람이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 눈 치우는 신종 아르바이트도 등장하며 현실을 비꼬지만, 연일 관공서의 공무원이 일을 멀리하고 추위에 아랑곶하지 않고 밖에서 눈 치우고, 차도로 밀어버린 쌓인 눈을 차로 계속 실어가고, 치우다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개인의 아픔이지 말 할 수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는 현실에 들어주는 사람도 많지 않는게 지금의 현실인 듯 하다. 한 쪽의 책임회피로 며칠을 보냈지만 이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모두의 내 집앞 쓸기 등 시민의식이 살아나야 한다는 지금의 현실의 불편함을 한 개인 기관의 책임만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임에도 그동안 남의 탓 책임회피 공방으로 소모전 양상을 깨닫고 변화하고 각성하고 있는 듯 하다. 한편으론 언론보도에선 내 집앞 눈 방치에 대한 시민의식 실종이 도를 넘어섰다고 선진국의 기상이변에 대한 우리와 다른 대처를 비유하며, 과태료 부과니 반대의견도 고개를 들어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만이 기상대란을 극복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길을 지나치다 깨끗이 치워진 상가를 보면 다시한번 쳐다보게 된다. 한편으로 꽁꽁 얼어 반진반질한 다져진 눈을 보면 안 좋은 눈으로 상가를 쳐다본다. 쳐다보는 눈은 같지만 생각은 전혀 다를 것이다. 세 살기 때문에 주인만이 치워야 한다는 생각, 공공주택인 드넓은 아파트를 관리사무소의 직원이 아파트의 눈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모든 인도, 도로의 눈은 관공서에서 모두 치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할 때 불편은 우리모두에게 옴을 다시 한번 깨달아 과태료의 제재에 앞서 이제는 함께 치우는 시민의식이 살아날 때이다. 대로는 관에서 이면도로 및 내 집앞 인도는 주민이 함께 할 때 그 편리함은 우리에게 다가옴을 이번 불편에서 절실히 깨달았기에 이런 생각이 앞으로의 기상대란에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2010.1. 8
마포구 신수동 김신열